살아있는-, 집비둘기 시리즈, 2021

요즘 도심에서 인간과 함께 살아가면서도 유해종으로 규정된 ‘집비둘기’에 관심이 간다. 도심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비둘기들이지만, 한적한 외곽지역으로 나가보면 도심에서 보던 녀석들과는 자태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곳의 비둘기들은 고귀한 몸짓을 뽐내며 많은 경우 한 쌍의 부부가 짝을 이뤄 유유자적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도시에 터를 잡은 ‘집비둘기’들은 그저 자신의 구역에서 살아남기 위해“살아있는-, 집비둘기 시리즈, 2021” 계속 읽기

제초작업 현장과 집비둘기, 2021

예초기의 굉음이 공간을 진동하고, 그간 애써 자라온 풀들이 처절하게 나가떨어지는 광경은 편리함 속에 감춰진 현대사회의 파괴적인 일면을 보여준다. 나는 제초작업 현장을 관찰하고, 그곳에서 잘려나간 풀들의 해체된 움직임에 관해 생각했다. 이후 움푹한 수변 산책로를 관찰하면서, 무참히 잘려나가 납작해진 자리를 기어코 다시 비집어 뚫고 올라온 생명체의 움직임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잘려나가 해체된 자리에서 새롭게 솟아나는 존재를, 내“제초작업 현장과 집비둘기, 2021” 계속 읽기

2021 개인전, 행복이가득한집, 아트로직 스페이스

1st Solo Exhibition 『행복이가득한집 (A House Full of Happiness)』 장       소  아트로직 스페이스, 서울 안국 전시기간  2021.04.06~2021.04.11 개인전 전시 전경, 2021 <작가노트> 무심코 마주한 <행복이가득한집>이라는 간판에 한동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그 간판이 주장하듯 정말로 행복한지 궁금했다. 모두가 행복한 건 아니겠지. 사람들은 저마다 사연이 있고 슬픔의 이유가 있다. 바로 앞 전봇대에“2021 개인전, 행복이가득한집, 아트로직 스페이스” 계속 읽기

행복이가득한집, 2020

나는 유년시절부터 이상적인 집을 그리며 몽상에 젖는 시간이 많았다. 그 시절 나의 스케치북에는 가족이 모두 평온하게 모여 살 수 있는 집의 평면도가 자주 그려졌는데, 돌이켜보면 불안정한 주거 환경 속에서 안락함에 대한 결핍이 이상적인 집에 대한 몽상으로 표출되었던 것이다. 내 생애에서 집은 행복하고 안락한 순간들보다는 늘 불안정하고 탈출하고 싶은 공간으로 기억된다. 망원동에서 우연히 발견한 <행복이가득한집>이라는 다세대“행복이가득한집, 2020” 계속 읽기

남아있는 땅, 2020

 <남아있는 땅>은 충북혁신도시로 삶의 터전을 옮기면서 빈 땅의 풍경을 관찰하고 그린 첫 회화 작업이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아직 개발되지 않고 남아있는 땅은 겨울의 추운 날씨로 바짝 마른 풀들이 공간을 뒤덮고 있고, 생활 쓰레기들이 곳곳에 나뒹굴고 있었다. 건물 사이로 들어오는 강한 빛이 공간을 가득 점유한 풀 일부를 비추는 모습을 그렸다. 새 건물의 반짝이는 외벽들 사이에서 자칫“남아있는 땅, 2020” 계속 읽기

레이어 드로잉 시리즈, 2018~2021

우연히 마주하게 된 <행복이가득한집> 간판과 바로 앞 전봇대에 나풀거리는 신축빌라 분양광고 전단지는 나에게 꿈과 현실의 괴리를 극적으로 상기시켰다. <행복이가득한집>, 그리고 ‘내집마련 절호의 기회’ 사이에서 한바탕 부조리극이 펼쳐지는 것 같았다. 그때 마주한 두 가지 풍경을 떠올리며, 이후로 방문하는 장소에서 분양광고 전단지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전단지를 스캔하고 명도와 색상을 편집해 디지털 이미지로 만든 후, 그것을 다시 인쇄했다. 그“레이어 드로잉 시리즈, 2018~2021” 계속 읽기

사라지는, 살아있는 20181109

작업노트 단풍잎이 물들던 시기, 화재현장 기사에서 본 보도사진 한 장이 내 마음을 강렬하게 잡아끌었다. 사진은 화재가 난 고시원 건물 외부를 찍은 것으로, 유리창이 다 떨어져 나간 창틀은 화염에 녹아 일그러지고 검게 그을린 내부가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어떤 공간이었는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철골 구조물만이 간신히 어두운 내부 공간을 지탱했다. 나는 그 참혹한 현장 사진에서 타버린 건물“사라지는, 살아있는 20181109”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