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개인전, 행복이가득한집, 아트로직 스페이스

1st Solo Exhibition 『행복이가득한집 (A House Full of Happiness)』

장       소  아트로직 스페이스, 서울 안국

전시기간  2021.04.06~2021.04.11

개인전 전시 전경, 2021

<작가노트>

무심코 마주한 <행복이가득한집>이라는 간판에 한동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그 간판이 주장하듯 정말로 행복한지 궁금했다. 모두가 행복한 건 아니겠지. 사람들은 저마다 사연이 있고 슬픔의 이유가 있다. 바로 앞 전봇대에 나부끼는 신축빌라 전단지가 유독 도드라져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집이 위태롭게 보인다. 

돌이켜보면 나는 유년시절부터 이상적인 집을 그리며 몽상에 젖는 시간이 많았다. 그 시절 나의 스케치북에는 가족이 모두 평온하게 모여 살 수 있는 집의 평면도가 자주 그려졌다.  불안정한 주거 환경 속에서 안락함에 대한 결핍이 이상적인 집에 대한 몽상으로 표출되었던 것이다. 몽상은 현실에 조금도 영향을 주지 못하였고, 내 생애에서 집은 행복하고 안락한 순간들보다는 늘 불안정하고 탈출하고 싶은 공간으로 기억되었다. 

‘행복이가득한집’은 나뿐만이 아닌, 모두의 꿈이겠지만 저마다의 이유로 그 꿈을 완벽히 이룬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신도시로 삶의 터전을 옮기니 임대문의 현수막과 잡초만 무성한 빈 땅들이 유난히 눈에 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땅은 금세 풀에 점령당한다. 네모난 상가 건물들만 즐비한 신도시에서, 땅에 묻혀 있던 생명은 찌르듯 위로 솟아나 그들만의 생태계를 만든다. 풀들은 청약통장도 하나 없이 서로의 뿌리만을 움켜쥔 채 그렇게 뒤엉켜 살아간다. 인간이 편의상 잡초라고 부르는 모든 풀은 사실 나름의 이름을 갖고 있다. 나는 그 풀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인간이 점유를 잠시 유보한 공간에 아직 존재하는 자연스러운 형태를 찾아 화면에 그림으로써 곧 파헤쳐질 풀들을 조용히 기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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