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시탐탐> 캔버스에 유화·아크릴, 91.0×116.8cm, 2021
충북혁신도시로 삶의 터전을 옮기면서 가장 많이 접하게 된 풍경은 임대문의 현수막과 네모반듯한 경계 안쪽 빈 땅에서 무성하게 자라는 풀들이다. 원래 산이었던 공간은 절단되고 평평해져 계속 새로운 아파트가 올라가고, 그 아파트는 응당 새로운 치킨집과 카페와 같은 상업 시설들을 부른다. 아직 많은 건물이 텅 비어있음에도 그 옆자리, 그리고 또 그 옆자리에서는 오늘도 새로운 건물이 올라간다. 인간이 편의상 잡초라고 부르는 모든 풀은 사실 나름의 이름을 갖고 있다. 나는 그 풀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인간이 점유를 잠시 유보한 공간에 아직 존재하는 자연스러운 형태를 찾아 화면에 그림으로써 곧 파헤쳐질 풀들을 조용히 기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