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사는 곳은 “여기 말고 어디든 다른 데로 가라”고 하는 경제 공동체에 속해 있다. 내가 걷고 감상하고 머무르는 공간들 중 사유화되지 않은 곳은 찾기 힘들다. 인간은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삶을 지속하는데 필수 요소라 여겨지는 ‘내 집’ 한 칸을 마련하기 위해 아등바등하고, 정작 가장 중요한 건강이나 가족은 은행에 저당을 잡힌 채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내가 혁신도시의 빈 땅에서 자라나는 풀들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경제 논리에 개의치 않고 공간을 점유해 생태계를 형성하는 풀들의 자유분방함과 강인한 생명력에 대한 감탄과 부러움 때문일 것이다. <여기 말고 어디든 다른 데로> 시리즈는 인간이 점유를 잠시 유보한 공간에 형성된 풀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여러 공간에서 본 풍경을 조합해 하나의 화면에 구성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