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뒤덮인 자리> 캔버스에 유화·아크릴, 53.0×45.0cm, 2021
어느 날, 공원을 산책하다가 물이 흐르는 소리를 들었다. 작은 개울이라도 있는 것일까, 풀들이 제멋대로 뒤엉켜 자라나 한껏 부풀어 있는 공간을 들여다보았다. 흙바닥이 서서히 사라지는 자리에는 하수구가 있었다. 반전이었다. 자연적인 풍경에 대한 상상과 반대로 무성한 풀더미 속 인위적인 철골이 땅의 기능을 대체한 형태가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나는 서로 대립하는 두 가지 물질을 화면 속에 담아보려 했다. 이는 내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공간을 이해하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