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불안

너무 많은 불안
_계간지 <뉴필로소퍼 NewPhilosopher > ‘Vol. 1 너무 많은 접속의 시대’를 읽고 나서.

한 때 잡지사에서 기자로 일했던 경험이 있어서 인지, 흥미로운 주제의 잡지를 보면 소장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특히 잡지는 그들이 추구하는 내용을 커버 디자인을 통해 얼마나 잘 보여주고 있는가가 판매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나 같은 경우 단순히 표지만 휘황찬란한 디자인보다, 잡지의 이름과 그 달의 주제가 잘 맞아 떨어지는 커버 디자인에 신뢰를 가지고 실질적인 구매까지 이어지는 편이다.
요즘같이 서점보다 인터넷으로, 실물을 거의 보지 않고 책을 사는 시대에서는 어느 책이나 다 마찬가지이겠지만 내용을 간결하게 표현한 세련된 디자인이 중요하다. 디자인이 세련되면 그 안에 담긴 내용도 시대를 간파하는 유익한 내용이 담겨 있을 것 같다. 나에게는 그런 기대감을 가지고 사는 맛이 크다. 최근 여러 책을 구매하다가 ‘예스24 어플’에서 추천도서 목록을 띄우며, 나의 손가락 터치질을 인도해 주었는데, 덕분에 흥미로운 잡지를 읽게 되었다. 눈에 띄는 붉은색 표지와 진중해 보이는 주제의식을 가진 인문·철학 계간지 <뉴필로소퍼 NewPhilosopher> 한국판 창간호이다.

‘너무 많은 접속의 시대’

붉은색 표지 색 속에는 노란 불 빛이 반짝이는 남색 건물을 배경으로 남자가 홀로 서 있다. 그 남자는 ‘종’모양의 불투명한 형상 안에 서 있다. ‘종’은 도시의 소음으로부터 그를 보호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시도 때도 없이 ‘댕-댕-’ 울리며, 그 남자를 따라다니고 있는 걸까? 
아무튼, 마치 남자를 가둬놓은 듯 보이는 불투명한 종 내부는 매끈하지 않고 노이즈가 잔뜩 껴 홀로 서 있는 남자를 더욱 혼란스럽게 하는 듯 보였다. 말이 없는 표지는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너무 많은 접속의 시대’라는 창간호 주제가 표지 그림을 더 의미심장하게 했다.
이제는 늘 스마트폰을 내 몸의 일부라도 되는 마냥 지니고 다니며, 나의 입과 눈 그리고 귀가 되고 있는 시점에 짚고 넘어가야할 상황들에 대해 뉴필로소퍼는 다양한 칼럼들을 실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초고속 네트워크 시스템은 메시지를 빠르게 전송하고, 클릭 한번으로 뭐든 편안하게 주문할 수 있게 만들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생각해야할 시간까지 줄여버렸다. 뉴스는 매 초, 매 분마다 인터넷상에 업데이트되며 과도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게다가 자극적이거나 사실이 아닌 가짜뉴스로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기까지 한다. 

살면서 스마트폰을 최대한 멀리 하고 싶었던 나지만, 자유시간이 많아진 요즘은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멍하게 시간을 보내는 일이 잦아졌다. 지방으로 이사를 오면서 대도시에서 소외되는 느낌을 받지 않기 위해 인터넷 뉴스를 자주 보거나, 타인의 sns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물론 여전히 카카오톡 메시지를 자주 보내며 시간을 보내는 편은 아니지만, 대신 카카오톡에서 제공하는 뉴스채널은 자주 보는 편이다. 실시간으로 새로운 기사를 보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뉴스를 챙겨보게 되었다. 

내가 보는 뉴스의 내용을 떠올려 보면 대체로 누군가의 죽음과 불행이 담겨 있거나, 연예인들의 사생활 폭로, 정치인들의 뻔한 말과 선동적인 뉘앙스의 댓글들 등 누군가를 혐오하게 하고, 화가 나며, 불안하게 만드는, 절로 혀끝을 차며 ‘쯧쯧’거리게 만들거나, ‘불안하다. 무섭다’와 같은 감정이 들게 하는 기사가 대부분이다. 과도하게 기사에 몰입하다보면 부정적인 감정이 내 내면을 지배해 세상이 정말 미쳐돌아버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비관적인 생각만 하게 된다.

“워딩에 사는 존슨 씨가 아직 죽지 않다.” 같은 문구를 벽보에 새기리라고 기대할 수 없다. 그들은 인류 모두의 행복을 알릴 수 없다.

_G.K.체스터턴, p83

언론은 소수의 불행에 관심이 많고, 다수의 행복에는 관심이 없다. 사람들도 남들의 불행과 인간의 온갖 악행에 관심이 많다. 연예인 커플의 이혼 소식 기사에 달린 댓글만 봐도 익명의 사람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한 마디씩 한다. 유튜브에는 자극적인 제목과 썸네일을 걸고, 잔혹한 살인사건을 다루거나 자극적인 영화를 소개해 주는 영상도 넘쳐 난다. 미디어가 분위기를 조장하는 걸까? 아니면 사람들이 자극적인 뉴스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내용들만 취재를 하는 걸까? 뭐가 먼저든 미디어 매체는 ‘돈’이 되는 상품만 찍어내는 공장이 되어버렸다. 

실재로 지금 나의 주위를 돌아보면, 분명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은 평온하고, 내 주변도 큰 사고 없이 일상을 살아가고 있으며, 타국의 여행지를 가보아도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고 있는 이들이 더 많다는 것을 느낀다.(물론, 그 이면의 어두운 면들도 보이지만) 비교적 평온한 삶을 사는 내가 운이 좋은 걸까? 운이 좋다고 해야 겸손한 걸까?
아무튼, 뉴스를 통해 보는 세상은 ‘요지경’ 그 자체다.

“거짓말이 활개 치는 세상을 만드는 데에는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일부 사람이 믿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효과가 입증된 수단을 통해 뻔뻔하게 반복하면 그만이다.”

_<페이크 뉴스> 톰 챗필드, p88

종이 신문을 읽던 예전과 달리, 언제 어디서든 가볍게 뉴스를 읽고, 누군가의 불행은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익명의 사람들의 재미거리가 되었다. 나 또한 누군가의 불행을 지켜보며, 가볍게 동정하고 자극적인 내용을 상상해 보며 끔찍해 하거나, 내가 모르는 타인을 지독하게 혐오하는 감정을 가졌다. 이런 타인의 불행을 은근슬쩍 나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도구로 사용했던 건 아닌지 생각해 본다. 

나는 불안을 조장하는 인터넷 뉴스와 조금은 멀어지기로 했다. 믿고 싶고, 보고 싶어 하는 내용만 반복하는 기사들, 같은 땅을 밟고 살면서도 서로를 혐오하게 만드는 기사들, 제대로된 취재도 없이 써내려진 가짜뉴스들로부터. 

그리고 거짓말을 구분할 수 있는 눈, 누군가를 혐오하는 감정적인 반응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다각적인 시점으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싶다. 그리고 온전한 정신으로 생각을 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창작 행동으로 이어진다면 더 좋겠다. 그런 바람으로 처음 읽어보게 된 <뉴필로소퍼> 계간지를 계속 예의 주시하며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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