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Workshop+Exhibition 공동수련:욕보다

2015 Workshop+Exhibition 공동수련:욕보다

타인의 세계에서 나를 생각하다

– 수련 일지 보고전 『공동수련: 辱 욕보다』

2015. 8. 14~ 8. 29 a. space

 

『공동수련: 辱 욕보다』는 북노마드 미술학교 a. school(에이스쿨)에서 주최한 작가 워크숍 프로그램의 결과 보고 전시다. 작가 임영주의 진행으로 총 3개월간 5명(김윤경, 김희정, 박성경, 양세륜, 양은영)의 젊은 작가들이 워크숍에 참여했다. 이때 임영주는 ‘공동수련’이라는 주제를 제안했다. 여섯 명의 작가들이 모여서 함께 수련(修鍊)을 하자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을 단련시키기 위한 소기의 목적을 갖고 수행에 임했다. 그 목적이란, 타인들 속에 살아가는 한 개인으로서 자신의 ‘기분(氣分)’에 대한 탐구였다. 공동수련을 기획하고 이끈 임영주는 기분과 관련하여 조금 더 구체적인 화두를 생각하던 차에, ‘욕보다’라고 하는 일종의 중의어로 수련의 큰 주제를 조율했다. 일상에서 ‘욕보다’라는 단어는 ‘부끄러운 일을 당하다’라는 뜻과 ‘몹시 고생스러운 일을 겪다’라는 사전적 의미로 사용된다. 임영주는 3개월간의 공동수련을 통해 “몹시 수고로움과 수치스러움을 동시에 뜻하는 ‘욕보다/욕되다’라는 기분”에 대해 집중해보려 했다. 이는 조금 거창하게는 한 개인의 실존에 스스로 다가가려는 노력이며, 타인들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쉽게 숨기고 회피해버리는 동시대인에 대한 반성적 사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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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수련02

<공동수련:욕보다> 전시전경, 2015

공동수련01

임영주 작가와 참여작가(김윤경, 김희정, 박선경, 양세륜, 양은영)

양은영_희열과 수치의 교차

일터에서( )

일터에서 (   )_단채널 영상_00:02:53_2015

( )먹다

(   )먹다_단채널 영상_00:05:56_2015

받아먹은것들

받아먹은 것들_종이에 프린트_가변크기_2015

Det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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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내역

쥐꼬리만한 월급_디지털 프린트_2015

<수련 일지 보고서 중>

양은영은 수련 기간 동안 현실에서 매우 위태롭게 살아가는 작가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탐구했다. 예컨대, 어느 날 택시로 작품을 운송하면서 택시기사로부터 듣게 된 ‘배고픈 작가’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작가가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잔소리처럼 듣던 ‘돈벌이’에 대한 부담이 그에게 작업의 출발점이 됐다. 그의 창작 활동은 늘 현실의 경제 활동과 비교되기 일쑤였고, 그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난보다 더한 수치를 경험할 수 있었다. 현실에서 어느 누구에게조차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온 작가의 삶은, 그의 말마따나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불안함을 느끼고 현실과 타협점을 찾으려는 마음”의 지배를 받아왔다. 그의 작업은 그러한 모순과 갈등의 지점을 계속해서 교차하고 있다. 그를 향한 택시기사와 어머니의 현실적 우려가 있는 반면, 그것을 아랑곳하지 않으려는 듯 과자 한 봉지를 단숨에 먹어치우는 작가의 모습이 그의 영상 작업 속에 나란히 담겼다. 거기에는, 누가 누구에게 수치감을 주고 누가 누구에게 수고를 끼치는지조차 모호한 관계가 계속해서 교차하고 있다. 

이렇듯 『공동수련: 辱 욕보다』전에 참여한 다섯 명의 작가들은 하나의 공통된 주제를 통해 각자 개인의 존재에 대해 사유했다. 이번 전시에서 각자의 실존적 자기 고찰은 적어도 현실에서의 부당함과 고립감, 죄책감, 수치감 등 일련의 개인적 불안을 발생시키는 ‘기분’에 몰입함으로써 가능해진다. 다시 말해서, 한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의 관계 속에 노출된 부조리와 갈등은 어떻게 보면 그 위계적 상황에서 떨어져 나와 본연의 실존적 감정에 자유롭게 이를 수 있는 철학적 사유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여섯 명의 작가들은 수련 기간 동안, 타인들로 둘러싸인 세계 안에서 한 개인의 실존을 탐구하는 수고를 기꺼이 감내해야 했다. ■ 안소연

책 소개

이 책은 북노마드 미술학교 a. school의 ‘작가 워크숍(artist workshop)’의 결과물이다. ‘워크숍(workshop)’의 뜻이 ‘공동수련’이라는 데 착안해, 한 명의 작가(임영주)가 5명의 참여 작가(김윤경 김희정 박성경 양세륜 양은영)들과 함께 3개월간 ‘공동수련’과 ‘개인수련’을 가졌다. 그 결과물은 『공동수련: 辱 욕보다』展(2015. 8. 14~8. 29, a. space)으로 이어졌다.

공동수련 표지
공동수련 책 01
공동수련 책 02
공동수련 책 03

수 련 일 지

글. 양은영

#1.

작품 운송을 위해 택시를 탔다. 이동 중 택시아저씨는 뒷좌석에 가득 실은 포장된 작품을 보고 학생이냐고 물었다. 나는 ‘아니요. 졸업했어요. 미술 작가예요.’ 라고 대답했다.

아저씨는 다시 어디로 가져가는 거냐고 물었고, 작품 전시를 위해 설치하러 가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아저씨는 그러냐고, 미술 쪽이면 ‘배고픈 직업을 선택 하셨네’ 라고 내게 말했고, 나는 ‘요새 배 안고픈 직업이 있나요?’ 라고 반문했다. 아저씨는 그렇지, 그렇긴 하지라고 말한 뒤 자신의 아들이 최근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나이 37에 결혼도 안한 채 프리랜서로 전향한 것을 걱정하며 하소연을 했다. 나는 아드님 용기가 대단 하시다고 칭찬해 주었다.

택시는 대략 1시간 30분, 23.21km를 달려 24,700원으로 문래동 전시장에 도착했다. 당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급한 대로 교통카드로 사용하던 신용카드, 일명 엄마 찬스를 쓸 수밖에 없었다. 결제를 하고 작품을 전시장에 옮겼다. 비어있는 하얀 공간에 포장된 작품을 옮겨 놓으니 오랜만에 왠지 두근거렸다. 다들 이제 막 짐을 옮겨 놓은 상태였고 포장을 해체하며 서로 작업의 실물을 보고 의견들이 오고갔다. 계획된 대로 또는 즉흥적인 아이디어로 각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방향성에 맞춰 설치를 해나갔다. 홍보를 위해 포스터를 붙이러 문래동 골목과 가게를 돌아다니고 중간에 등갈비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우연한 기회에 공간을 무료로 사용 할 기회가 주어졌고 4명의 작가들이 기획부터 제작, 설치까지 모든 것이 셀프로 이루어 졌다.

자정이 가까워지도록 설치가 계속 되어 막차를 타고 집에 들어갔다. 늦은 귀가는 엄마의 추궁으로 이어졌고, 전시 오픈이 코앞이라 작품 설치 때문에 늦었고, 작품 운송 때문에 탄 택시비용은 어쩔 수 없이 카드로 결제했다고 말하였다. 나중에 주겠다고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고 말했다. 엄마는 화를 냈다. ‘대체 뭘 하고 돌아다니는 거야‘ ’그깟 돈도 안 되는 전시는 해서 뭐해‘ ’쥐꼬리만한 월급 받으면서 택시비로 돈을 낭비하고‘ ’카드 값 갚기도 힘든데’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비난을 들어야 했고 나도 반박했지만 내 능력 부족으로 카드를 사용했으니 서운해 하는 거 말고는 할 말이 없었다.

#2.

호프집에서 엄마와 함께 치맥을 먹었다. 맥주를 마시며 분위기가 무르익었고, 나의 직업에 대한 엄마와의 대화가 이어졌다. 상기된 말투로 엄마는 또다시 속사포 랩을 구사하며 ‘돈’을 벌어야 살 수 있다며 ‘돈’을 벌지 못하는 나의 일은 열심히 한들 장래성이 없어 보인다고 하였다.

‘돈’에 한 맺힌 사람처럼 ‘돈’을 강조 하였다. 나는 나의 즐거움보다 ‘돈’을 더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엄마의 말을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3.

공허함

짠.단.짠.단의 순으로 봉지에 손을 넣어다 뺐다 넣었다 뺐다. 손과 입이 빠르게 움직인다. 아무생각이 없고 싶다. 먹고 나면 후회할 것을 알지만 지금 먹지 않아도 후회할 것이다.

빈 봉지, 흘러가는 시간만큼 이나 공허함과 죄책감이 커진다. 거울에 비춰진 내 모습이 늘어져 보였다.

#4.

학원 선생님이 아랍에미리트 왕족 ‘만수르’의 사진을 sns 프로필로 해 놓거나 지니고 다니면 돈이 들어온다고 말해주었다. 일명 ‘만수르 효과’라 불린다고 한다.

‘만수르 효과’를 검색해 보았다. 부정도 긍정도 아닌 신격화 하는듯한 분위기, sns에 무언가 뜻밖의 행운으로 얻어진 것을 ‘만수르 효과’라 부르며 행복해 했다.

자수성가가 아닌 태어날 때부터 부자로 태어나 포브스지에서는 재산 순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넘.사.벽이어서 그런지 까이지 않는다. 오히려 돈을 팍팍 쓰는 것을 추켜세우는 분위기인 듯하다.

#5.

엄마의 일터를 따라갔다. 출근 전용 50만원자리 프라이드를 운전해 수원 이마트까지 대략1시간이 걸렸다. 시식대에 오이냉국을 만들어 놓고 종이컵에 담아 놓으며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반복적으로 멘트를 크게 외쳤다. 시큼한 오이냉국은 별로 인기가 없었다. 마트 안은 사람들로 북적 거렸다. ‘고객님’ ‘고객님’ 다른 쪽에서도 행사 멘트가 계속 들려오고 한 사람이라도 시선을 끌기 위한 직원들과 물건을 가득 실어 나르는 카트, 사람들이 뒤엉킨 전쟁터 같은 분위기였다. 엄마의 직업은 사람들의 외면에 익숙해지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영상을 찍으며 엄마의 몸이 변했다는 것을 세삼 느꼈다. 돈을 버는 일은 어렵다.

네오룩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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